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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발효식품

전통발효식품 속 유산균과 곰팡이의 아름다운 공존

by 라이프로그 전통발효식품 이야기 2025. 4. 27.

전통발효식품에서 발효를 떠올릴 때 유산균이라는 이름을 먼저 떠올리곤 하지만, 실제로는 곰팡이 역시 발효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유산균은 발효 도중 유기산을 생성해 환경을 산성으로 만들고, 유해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며, 장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반면 곰팡이는 주로 곡물이나 콩류를 분해해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일에 중심을 둡니다. 특히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등 한국의 전통발효식품에서는 유산균과 유익한 곰팡이가 서로의 활동을 지지하면서도 때로는 경쟁하고, 또 상보적으로 작용합니다. 전통발효식품을 중심으로 유산균과 유익한 곰팡이의 공존과 그 상호작용이 식품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자세히 살펴보며, 발효가 단지 시간이 흐르는 과정이 아니라 미생물 간의 긴밀한 협력이라는 사실을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전통발효식품 미생물

전통발효식품, 유산균과 곰팡이의 역할 나누기

전통발효식품에서는 유산균과 곰팡이가 각자 고유한 역할을 맡아 발효의 시작과 끝을 나눠가집니다. 유산균은 주로 젖산균(Lactic acid bacteria) 계열에 속하는 미생물로, 당을 젖산으로 분해하여 산성 환경을 만들어내는 데 능숙합니다. 이를 통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발효 식품의 보존성과 위생성을 확보합니다. 반면 곰팡이는 주로 아스퍼질러스 오리제(Aspergillus oryzae), 무코르 무케도(Mucor mucedo)와 같은 균종이 포함되며, 이들은 단백질 분해 효소(Protease), 아밀라아제(Amylase) 등을 분비하여 복잡한 분자 구조를 잘게 쪼개고, 미생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단순 영양소로 전환시켜 줍니다. 된장에서는 곰팡이가 메주의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감칠맛을 형성하고, 유산균이 이를 안정화시키며 산도를 조절합니다. 이처럼 두 미생물은 단순한 공존이 아니라 기능의 분업과 협업을 통해 발효식품의 품질을 결정짓습니다.

전통발효식품,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균형 발효

발효 과정은 유산균과 곰팡이의 단독 작용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interaction)이 발효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이 됩니다. 곰팡이가 먼저 곡물이나 콩의 구조를 분해해 놓으면, 유산균이 그 결과물인 단당류나 펩타이드를 활용하여 더욱 활발히 증식할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유산균이 먼저 산도를 조절함으로써 다른 유해균의 침입을 막고 곰팡이가 안심하고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이 과정은 pH, 온도, 수분 활성도 등의 미세한 변수에 따라 미생물 간 우위가 바뀌기도 하지만, 이상적인 발효 환경에서는 양쪽 균주가 서로를 억제하지 않고 함께 성장합니다. 특히 메주 숙성 시기처럼 다양한 균주가 동시에 작용하는 환경에서는, 곰팡이가 분해한 아미노산을 유산균이 대사하여 새로운 풍미 물질을 만들거나, 유산균이 만든 유기산이 곰팡이의 효소 활성을 조절하는 복합적인 현상이 함께 발생하게 됩니다.

전통발효식품, 발효 향과 감칠맛을 만드는 협력

유산균과 곰팡이의 협력은 향과 맛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유산균은 주로 젖산, 초산, 구연산 등의 유기산을 생성하여 새콤한 향과 맛을 담당하며, 곰팡이는 단백질과 전분을 분해하면서 생성된 아미노산, 당류, 향기 성분들을 통해 발효의 고유 향을 완성시킵니다. 특히 곰팡이가 생성한 글루탐산(Glutamic acid)은 유산균이 만들어낸 유기산과 결합해 깊은 감칠맛을 형성하게 됩니다. 또한 곰팡이가 분비하는 리파아제(Lipase)는 지방을 분해하여 발효 향을 강화하고, 유산균은 그 부산물들을 안정화시켜 지속적인 풍미를 유지하게 합니다. 이러한 발효 향은 된장의 깊은 구수함, 고추장의 감칠맛, 청국장의 특유한 풍미처럼 발효식품마다 다르게 형성되며, 이는 모두 미생물 간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발효 시간이 길다고 해서 맛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미생물들이 서로 어떤 방식으로 작용했는지가 향미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이 됩니다.

전통발효식품, 미생물 군집의 조화와 균형 유지

전통발효식품에서는 유산균과 곰팡이 외에도 효모, 바실루스균, 기타 중립균들이 함께 존재하는 다양한 미생물 군집(microbial community)이 형성되며, 이 군집의 균형이 곧 발효의 품질로 이어집니다. 곰팡이가 너무 빨리 자라면 지나치게 단백질 분해가 진행되어 발효품이 썩은 냄새를 낼 수 있고, 유산균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산도가 높아져 장이 지나치게 시게 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장독대 발효처럼 자연 조건에 의존하는 방식에서는 계절과 온도, 햇볕의 세기까지가 이 미생물 균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이러한 복잡한 환경에서도 유산균과 곰팡이가 일정한 비율로 유지되며 서로의 생장을 견제하고 도우면서, 안정된 발효 과정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전통 발효에서는 산업용 균주를 단독 투입하는 방식과는 달리, 수많은 자연균들이 자발적으로 정착하고 공생하기 때문에, 발효품마다 고유의 미생물 군집이 형성되어 유일한 향미가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통발효식품, 전통 발효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시사점

오늘날에는 발효식품을 빠르고 균일하게 생산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었지만,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발효식품이 여전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바로 자연 발효에서 오는 복합성과 다양성 때문입니다. 유산균과 곰팡이의 상호작용은 표준화된 환경에서 재현되기 어렵고, 그 미세한 조화는 사람의 손과 자연의 시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 미생물의 협력은 단순히 맛의 측면뿐 아니라 건강 기능성, 항산화 효과, 위생적 안전성 등 다양한 면에서 시너지를 형성합니다. 앞으로 전통발효식품이 보다 널리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 미생물 간 상호작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생산 환경을 설계하고, 지역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발효 균주의 조합을 발전시키는 노력이 함께 병행되어야 합니다. 자연 속 미생물의 협동 구조는 단순한 재현이 아닌, 이해와 존중의 대상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이는 전통 식문화의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관점이 됩니다.

전통발효식품은 유산균과 곰팡이의 공존이 만든 생명의 결과물

전통발효식품은 단순한 시간의 산물이 아니라, 수많은 미생물들의 상호작용이 빚어낸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유산균과 유익한 곰팡이는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음식의 안전성과 맛, 그리고 건강 기능성을 만들어내며, 발효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발효에 기여하지만, 진정한 발효의 깊이는 얼마나 조화롭게 공존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청국장의 끈적임, 된장의 구수함, 고추장의 감칠맛 등이 협업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우리는 이 조화를 존중하고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전통발효식품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습니다. 유산균과 곰팡이의 아름다운 협력을 지켜내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풍요로운 식문화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